어디 있을까 미뤄둔 숙제 같은 저녁들. 순대가 먹고 싶다, 슬프지 않은 걸로 적당히 이인분. 음악은 연한 돌처럼 시간 새기기 좋다. 말없는 이야기가 가지에 맺힌다. 아직 땅에 닿지 않은 꽃잎처럼 방황한다. 피아노에 툭 떨어진다. 파문을 씨디에 담는다. 세상은 너무 빨라져서 소중해지기 전에 이미 잃어버린다. 느려질 수 없다면 음악을 듣되 걸음은 멈춘다. 밤이 늦을 수록 파문은 크고 음악은 길다.
작게 부르는 노래가 좋다 가만히 부는 바람이 포근하다 느린 손짓에서 향이 난다 옷걸이에 새가 앉는다 널어둔 이불에 볕이 스민다 먼지가 천사처럼 빛 속으로 사라진다 이름마다 봄이 담긴다
4호선 열차를 타는 상상을 해본다. 손이 닿지 않는 문을 넘어본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밤을 생각해본다. 창문을 두드리는 형광등을 노려본다. 내리고 싶지 않은 곳에서도 열리는 문을 잡아본다. 아무도 타지 않는 역에서 내려본다. 계단에서 눈을 감아본다. 끝내본다. 열차가 오는 소리가 나를 향해 들린다.